미국·해외주식
(번역) 100년간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아주 긴 글입니다. 블로그에서 보시는게 더 편하실거에요. https://blog.naver.com/mysohee/222832452978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이제 1970년대는 익숙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인플레이션, 전쟁, 지정학적 위기, 그리고 과도한 국가채무 등 여러가지면에서 1940년대와 더 많이 닮아 있습니다. 향후 경제상황과 주식시장의 전개방향도 1940년대를 참고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아직 1940년대는 낯설고 너무 먼 과거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린 얼덴(Lyn Alden)은 2019년부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1930~1940년대와 유사하다고 진단하며 월가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이미 1970년대보다 1940년대를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자들에게도 린의 이론을 소개하고 싶어 번역을 시도했습니다. 매우 긴 글이지만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조망하시는데 도움이 될거같아 올립니다. 린 얼덴은 매크로 분석에 기초한 투자자문 서비스를 하는 독립 리서치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기관투자자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에게 각종 방송과 칼럼(www.lynalden.com), 그리고 트윗(@LynAldenContact)을 통해 독립적이고 통찰력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번역은 린 얼덴의 승락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을 허락해준 린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또한 역자는 전문번역가가 아닙니다. 번역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매우 부정기적으로 업로드될 것입니다. 저자와의 약속에 따라 원문에 대한 링크를 아래에 게재합니다. (이탤릭체 괄호)는 역자 주입니다. ------------------------------------- https://www.lynalden.com/fiscal-and-monetary-policy/ A Century of Fiscal and Monetary Policy: Inflation vs Deflation A Century of Fiscal and Monetary Policy: Inflation vs Deflation Published: September 2020 There has been a lot of discussion lately about how effective monetary policy can be. In my view, the big debate between fiscal policy and monetary policy, or inflation vs deflation, mostly comes down to lookin... www.lynalden.com 발행 : 2020년 9월 최근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었다. 내 생각으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또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선 아주 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채가 많고 통화승수가 낮으며 제로 금리에 가까운 상황에선 금리조정과 자산매입과 같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아주 미약해진다. 통화정책이 그 역할을 아예 멈추지는 않겠지만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본질적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데는 잘 작동하지만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 재정정책은 경기는 잘 부양하지만 경기를 가라앉히지는 못한다. 이 글에서는 과거 100년간의 역사를 통해 장기부채 사이클(Long-term debt cycles)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간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오늘날의 경제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겠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1분기 또는 1년 후에 대해 관심을 두기 보다는 2020년대를 관통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앞으로 10년동안 우리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지는 수많은 재정정책, 사회현상, 지정학적 이벤트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안목과 관점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하면 미래에 맞닥들일 상황들을 그 안에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단기부채 사이클(The Short-Term Debt Cycle) 대부분의 사람들은 5-10년만기 기업신용 사이클에 익숙할 것이다. 독자들도 그런 부채를 몇가지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경기확장의 초기에 기업과 소비자는 이전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부채와 위험을 짊어지게 된다. 경기확장이 진행될 수록 점점 더 많은 부채가 발생하고 결국에는 과잉투자와 과잉소비라는 취약한 상황으로 가게 된다. 자산가격은 이 과정이 진행되면서 점점 가격이 오르게 된다. 과도한 부채가 (외생적이건 자생적이건) 부정적 촉매와 결합하게 되면 경제는 충격을 받고 디레버리징(부채증가를 멈추거나 감소시킴) 국면, 즉 리세션에 진입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푸는 것으로 대응한다. 여기저기 부도가 터지고 생산적이지 않고 부적절했던 투자가 해소되고 나면, 다음의 새로운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디레버리징이 사이클 초기 수준까지 부채를 낮추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기인한다. 기업들은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단기 사이클 초기보다는 여전히 더 많은 부채를 갖게 된다. 이에 더해 통화정책당국은 신속하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더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고 더 많은 부채를 장려하게 된다. 아래 차트는 지난 40년간의 경기 사이클을 나타낸 것이다. 기업부채/GDP 비율(파란선)이 리세션을 경과하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면서 부채수준의 저점과 고점 수준이 높이지는 모습도 관찰되는데 그 이유는 각각의 단기 경기사이클마다 이자율(빨간선)이 점점 더 낮아지면서 부채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일정부분 통화정책당국(연준)이 의도한 것이다: Chart Source: St. Louis Fed 연방정부의 부채는 위의 민간부채 사이클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연방 부채는 리세션기간동안 빠르게 증가한다. 생산량 감소에 따라 세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부양책을 쓰느라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민간부채(아래 차트에서 파란선)가 줄어들면 공공부채(아래차트의 빨간선)가 늘어난다. 이는 케인즈주의적 재정정책의 산물이다. Chart Source: St. Louis Fed 여기까지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의 공공과 민간의 단기부채 사이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더 큰 사이클로 넘어가자. 장기부채 사이클(The Long-Term Debt Cycle)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기부채 사이클에 대해선 익숙한 편이지만) 장기부채 사이클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지루한 역사책을 펼쳐보지 않는 이상, 수십년마다 한번씩 전환점에 도달하는 사이클에 대해 친숙해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살펴본다고 해도 한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역사에는 리듬과 운율이 있을뿐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분석가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상황과 가능성을 역사적 자료와 은유 위에 축조해야 한다. 단기 경기사이클이 한 사이클에서 다음 사이클로 여러번 거듭되면서 부채가 점점 누적되게 되면, 시스템 전체의 총 부채(연방, 기업, 가계 등 여러가지 형태의 부채)는 극단적인 수준까지 많아지고 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다. 정책당국은 (금리를) 임계점 아래로 낮추기 어렵게 되고 제로 금리가 부리는 마법이 시작되게 된다.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 세기에는 두번의 장기부채 사이클이 있었다. 첫번째 사이클은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두 단계에 걸쳐 정점을 형성했던 사이클이었다. 두번째 사이클은 2008년~2014년에 첫번째 단계를 거치고 한번 찍고 2020년대에 두번째 단계를 지나며 정점을 찍고 있는 사이클이다. 아래 차트에서 왼쪽 X축(파란선)은 지난 세기 미국의 총부채/GDP를 나타낸 것이고 오른쪽 X축은 단기금리(주황색)을 보여준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아래는 총부채/광의통화(M2)를 나타낸 차트인데, 이걸 보면 장기부채 사이클의 구조(어느 상황에서 피크를 형성하게 됐는지)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적절한 수준의 부채는 적절한 방식으로 디레버리징된다. 잘못된 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돈을 잃거나 파산을 신청하고, 창조적 파괴가 시작되고, 강한 기업이 약한 기업을 합병하면 그만이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면 시스템은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국가부채를 포함한 총부채가 수백 %에 달하는 과도한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면 적절한 방식의 디레버리징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디레버리징을 시도하는 순간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게 되고 나쁜 사이클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채규모가 과도할 때의 디레버리징은 급격하게 통화공급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바꿔 말하면, 분모(통화량)를 분자(명목부채)보다 더 많이 증가시킴으로써 장기부채 사이클에 종지부를 찍는다. 장기부채 거품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터지지 않는다 장기부채 사이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정책당국의 화폐발행과 완화적 정책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잘못된 점은 그 부분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수십년간 어설픈 재정정책과 함께 부채를 장려하는 정책을 남발했던데 있다. 한번 시작된 부채증가(국가부채 포함)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솟게 되면, 이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마땅치 않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의 부채는 다른 누군가의 자산이 된다. 만일 당신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누군가의 자산은 타격을 받게 된다. 만일 그가 그 자산을 담보로 부채를 일으켰다면 그 부채도 지불불능이 되고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자산도 파괴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해고되어 소비를 줄이게 되면 매출이 줄어든 기업들도 해고를 하게 되고 결국 경제 전반의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이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은행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산가치 하락, 실업, 연쇄부도가 경제를 휩쓸고 임금소득과 투자소득이 줄어들면 연방과 주정부의 세수는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만일 정부가 더 많은 부채를 지지 않고 재정균형을 유지한다면)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삭감되고 수급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며 이 또한 소비와 세수를 감소시킨다. 혹은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비와 투자여력을 줄이게 된다. 이도 저도 안되면 국채가 디폴트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그 결과 안전자산으로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은행들이 지불불능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부채비율이 정상적일 때는 디레버리징이 자연스럽고 시스템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바닥을 다지고 나면 실물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경제가 더 건강해진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선 국가부채가 높지도 않고 은행들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단지 부채가 많은 일부 기업과 가계만 잘 관리하면 시스템 전체로 위기가 번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십년간 지속된 정책에 의해 부채비율이 아주 높은 장기부채 사이클의 정점에 다다르게 되면, 하나의 디폴트가 더 많은 디폴트를 촉발하게 된다. 시스템에 있는 화폐량에 비해 훨씬 많은 부채로 인해 젠가처럼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반적인 디레버리징 상황(부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선 특별히 손을 쓰지 않아도 일이 잘 풀려간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상황, 특히 정부부채가 많고 국민들이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관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통화주권 국가의 정치인들과 중앙은행은 젠가의 밑둥을 빼내어 침체를 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들의 정책에 의해 부채가 늘어난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다시 말해 통화주권 시스템이 만연된 침체의 소용돌이에서 스스로 붕괴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왜냐하면 그처럼 높은 수준의 부채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인간의 본성상 오래 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일 정책당국이 긴축을 단행하고 정부지출을 줄이며 광범위한 부도행렬을 방관한다면, 수년 동안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던 대중들은 부양책을 약속하는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게 된다. 다시 말하면, 법정통화 시스템은 발권량 부족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 이자율이 아주 낮은 수준이고 정부부채가 높으며 민간이 국채를 잘 사주지 않는 상황이 되면 정부는 돈을 찍어낸다. 역사적으로 법정통화보다 정부+민간부채가 많아지면 정부는 법정통화를 증가시킨다. Source: Hasbro 이에 더해 극단적인 경제환경하에선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뒤죽박죽 혼란을 일으킨다. 장기부채 사이클의 정점에 이르면 사회적 부의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최상위 부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격차가 일반적일 때보다 더 커진다. 돈이 각계각층의 경제단위에 골고루 흘러가지 못하고 최상위층에 집중된다. 긴축정책과 통화완화가 결합하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증폭된다. 이럴 때 포퓰리즘이 널리 퍼진다. 한편에선 정책적 오류에 대항하는 합리적인 개혁요구가 있는 반면, 합리적인 개혁이 좌절되는 경우엔 위험하고 극단적인 요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정책당국은 국민들을 짖누르는 금융부담을 덜어내는 개혁을 하거나 아니면 혁명에 전면적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에 맞닥들이게 된다. 0.1%의 소수가 갖는 부와 90%의 다수가 갖는 부가 같은 크기가 되면(이는 상위 0.1%의 사람에 속해 있는 사람이 하위 90%에 속해 있는 사람보다 900배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치가 아주 불안정해지며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옅어지므로 경제 성장 또한 느려지고 침체에 빠진다. 한 세기 동안의 부의 집중사이클과 역시 한 세기 동안의 이자율의 사이클이 완벽하게(역의 상관관계로) 일치하는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다. 부채비율이 높고 이자율이 낮을 때는 부의 집중도가 높지만 부채비율이 낮고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높을 때는 부의 집중도가 낮아진다. Chart Source: Bridgewater Associates 이 문제를 국가적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폐쇄 경제를 가정했을 때는 경제학 이론이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국제적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개방경제에서는 어떨까? 만일 한 국가가 십년동안 모든 명목상의 거품을 깨끗이 청소하여 부도를 방치하고 부채 조정을 하는 극약처방을 한다고 하자. 이 나라는 다른 국가들이 화폐를 발행해 개입하고 방해가 되는 것들을 걷어치우며 경제를 부양하는 동안 지정학적 군사적 위기에 취약하게 된다. 이런 이유때문에 정책당국이 돈을 찍어내는 것은 일종의 내재된 지정학적 동기가 된다. 따라서 역사적에서 볼수 있듯, 단기부채 조정과 장기부채 조정에는 차이가 분명하다. 차이는 바로, 장기부채 조정은 대개 상당한 수준의 화폐가치 절하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속에서 반복되는 사이클 미국 뿐만 아니라 수천년 전의 고대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도, 부채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해법은 명목부채의 붕괴가 아니라 화폐가치의 절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2600년전 그리스의 사례가 오늘날의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B.C.594년 아테네의 플루타르크는 '부자와 빈자의 불평등이 너무 극심하다. 이렇게 위험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재권력이 출현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해가 갈수록 가난해지는 백성들은 그들을 핍박하는 의회와 그들의 주인인 국가에 대항한 봉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부가 위협받는 것에 화가난 부자들은 무력진압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좋은 대안이 제기됐다. 온건파들은 귀족 출신의 사업가인 솔로몬을 최고 집정관으로 선출했다. 솔로몬은 화폐가치를 절하하고 자신이 채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채를 탕감했다. 개인채무를 탕감하고 빚을 못갚아 붙잡힌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체납된 세금과 연체된 이자도 탕감해줬다. 솔로몬은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12배나 더 높은 세금을 내는 누진세를 시행했다. 의회도 대중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재조직했다. 아테네 전쟁 희생자의 아들들을 국가재정으로 교육시키고 부양했다. 부자들은 강탈과 다름없다며 저항했고 급진주의자들은 토지재분배가 미흡하다고 불평했지만 한 세대가 지나자 사람들은 솔로몬의 개혁이 아테네를 혁명으로부터 구해냈다고 평가했다." -<역사의 교훈>, Will and Ariel Durant, 1968 장기부채 사이클의 디레버리징 국면에서 명목부채 그 자체는 일정부분 감소할 뿐이다. 그러나 부채를 표시하는 통화는 극적으로 팽창하고 페깅된 상대통화에 대해서, 그리고 물가에 대해서 평가절하된다. 그 결과 부채의 명목금액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부채의 실질가치는 명목GDP대비 감소하게 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통화팽창은 세대에 걸쳐 양산된 시스템적 부채위기를 완화한다. 부채의 명목금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GDP에서 차지하는 총부채의 비율을 1) 부도위험이 없는 연방정부의 부채와 2)부도위험이 있는 비정부 부채로 구분해서 미국 역사를 살펴보자. 각각의 경우에 다른 대응법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오렌지색 선(비정부부채)은 디플레이션 또는 디스인플레이션 시기에 금융위기와 함께 정점을 형성하는 반면, 파란색 선(정부부채)은 인플레이션과 화폐절하와 함께 정점을 형성한다. 아래 차트를 보자. 장기부채 사이클이 두 차례 걸쳐 봉우리를 형성하는 있고 지금 우리는 두번째 파란색선의 봉우리를 향해 가는 중이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비정부부채(오렌지색 선)는 1930년대와 1940년대 초반에는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DP대비 비정부부문 부채비율은 최고점 225%에서 최저점 75%까지 감소하며 큰 폭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됐다. 그러나 비정부부채의 명목금액은 겨우 20% 감소하는데 그쳤다. 부채의 명목금액 조정이 제한적인데 반해 금(gold)에 대한 달러가치는 온스당 20.67$에서 온스당 35$로 하락했다. 달러의 평가절하와 함께 재정지출과 통화공급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이는 광의 통화(M2)와 명목GDP를 부풀리는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부채/GDP 비율과 부채/M2 비율은 하락하게 되었다. 분자가 20% 줄어들고 분모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1932~1933년의 침체기에서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1937년 다시 침체기를 맞은 후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었다. 주목할 것은, 1930년대 초반의 끔찍한 디플레이션(대공황의 여파)에서 1930년 중후반의 리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금에 대한 달러가치 절하와 통화공급 기조 덕분이었는데 뚜렷한 인플레이션 단계로 진입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화폐가치 절하(금에 대한 달러의 평가절하)가 있었지만 광범위한 일반 (상품의) 가격에 대해서는 달러의 절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부채 디플레이션 압력의 반작용이기 때문이다. 그후 미국은 1940년대 초반에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고 연준이 재무부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재정지출을 시작한다. 연준은 모든 국채 수익률의 상한선을 물가상승률 이하로 제한하여 구매력을 부풀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미국의 산업생산은 5년만에 3배로 늘어나게 된다. Chart Source: St. Louis Fed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전쟁 그 자체는 인명을 앗아가고 해외의 값비싼 생산시설을 파괴하므로 경제력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전쟁에 사용된 생산시설은 내수를 위해 재사용되기도 하고 전후 경제의 새로운 기술과 생산성 향상과 결합되어 거대한 부가효과를 낳기도 했다. 한편 G.I. 지출법안과 함께 시행된 군인교육훈련 프로그램은 국내 노동력을 공급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연방 부채는 명목기준으로 거의 줄지 않았고 그저 평평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 사이 일부는 경제성장을 통해, 일부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명목 GDP가 증가했고 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었다. 이 시기는 소비폭발과 통화절하의 시대였다. GDP 대비 부채비율, 그중에서도 연방정부의 부채비율이 감소하던 시기였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전쟁은 1940년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MMT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2020년의 팬데믹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낳는 촉매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장기부채 상황은 매우 유사하다. 두 경우 모두 외생적 촉매(전쟁과 팬데믹)가 재정적자에 대한 대중적 감수성과 정책결정자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1940년대처럼 대규모 재정적자와 금융규제(금 소유 불법화 등)의 시대에는 통화와 채권을 가진 사람들이 명목가치가 아닌 실질가치의 측면에서 채권의 일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고 구매력의 일부만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채무자는 명목상의 원금 을 전액 상환하더라도 평가절하된 통화로 되갚는 것이므로 최초 구매력의 일부만을 상환하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채무를 탕감받게 된다. Ark투자자문은 <최근 보고서>에서 멋진 차트를 발표했는데, 지난 세기 통화의 평가절하가 얼마나 빈번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제목 : 통화가치가 5년간 절반이상 평가절하된 국가의 비율 Chart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주목할 점은 위 차트가 제시하는 수치가 5년간 구매력이 절반이상 감소한 국가만 포함했다는 것이다. 5년 또는 10년간 통화가치가 1/3 또는 1/4 절하된 국가는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포함할 경우 훨씬 높은 수치의 비율을 보여줄 것이다. <Hirschman Capital의 2020년 상반기 레터>에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레터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이 130%를 넘었던 52개국중 51개국이 0~15년이내에 "디폴트"에 들어갔다. 그 방식은 통화가치 절하, 인플레이션, 채무재조정, 또는 명목채무 불이행 등이었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은 52개 국가중 유일하게 다른 결과를 보여준 유일한 사례이다. 일본은 GDP대비 기록적으로 높은 국가부채 비율을 유지한 채 그저 문제해결을 뒤로 미루거나 약간 완화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를 도대체 어느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사례를 만들겠다는 듯 계속 국가부채비율을 늘리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가부채가 GDP대비 130%라는 극단적인 수준까지 도달한 나라들은 98%의 비율로 언젠가 부분적 파산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또한 통화가치 절하는 즉시 나타날 수도 있고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빙산에 부딪힌 배는 침몰할 수 밖에 없지만 한동안은 물위에 떠있는 상태로 버티다가 서서히 가라앉게 된다. 언제 침몰하는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므로 미리 구명정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은 엔진룸이나 선장으로부터 들리는 소식에 따라 춤을 추는 가격변동성에 기꺼이 베팅하기도 한다. 역사적 수학적 통계를 보더라도 투자자들은 국가부채가 GDP의 130%를 넘는 통화나 채권에도 투자한다. 그들은 채권이 만기가 되는 10년 또는 20년 후 실질구매력을 상환받지 못하는 비싼 가격임에도 채권을 매입한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의 장기국채는 볼록성(채권가격과 만기수익률이 원점에 대해 볼록한 비선형관계로 나타나는 현상. 수익률이 낮을수록 볼록성이 커짐)으로 인해 매력적인 거래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장기보유전략은 실질 수익률이 음수가 되기 때문에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국가부채건 민간부채건, 대부분의 부채는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는 특정 통화로 표시된다. 장기부채 위기 국면에선 기존 부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통화공급을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 이로인해 부채의 일부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법정통화의 내재적 본성이다. 정책당국은 법정통화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다. 고평가된 주식을 사게 되면 10~20년후의 구매력에 손실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채 버블의 시기에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거나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10~20년 후의 구매력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지난 세기의 미국 통화 정책 역사적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경제상황에 따라 서로 주도권을 주고 받는다. 호황기에는 은행들이 기꺼이 생산적인 투자에 돈을 빌려준다. 이 시기엔 이자율과 물가상승률도 대체로 높아지기 때문에 통화정책당국은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부양할 수도 있는 여력이 있다. 다른 말로 좋든 나쁘든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막강한 시기이다. 그러다 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통화정책은 금리 조절이라는 실탄이 없는 상태가 되어 오로지 통화 팽창이라는 수단(일명 양적 완화, "QE")에만 매달리게 된다. 양적 완화는 초기단계의 침체 충격에 대처하고 망가진 은행시스템을 바로 세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QE는 은행들의 지불준비금을 보충해주어 침체의 충격과 유동성 위기에서 구해내며 자산가격을 일정수준 부양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광의 통화를 증가시키거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부채가 쌓일수록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통화승수는 낮아진다. 대공황(1929년)과 금융위기(2008년)가 일반적인 경기침체와 구분되는 점은 바로 통화승수와 이자율이 매우 낮은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자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당국은 통화와 은행지준금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본원통화를 확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곧바로 대출을 늘리지는 않기 때문에 광의통화는 본원통화만큼 빠르게 공급되지는 않는다. 아래 차트는 GDP대비 본원통화의 비율을 파란색선으로 통화승수를 오렌지색선으로 표시한 것이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1930년대와 1940년대 대공황 직후의 1930년대는 여러차례의 침체가 연이어 몰아친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재앙적인 붕괴직후 최악의 시기였던 1930년대 초반을 거치며 차츰 회복세를 보였지만 1937년 다시금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이에 (통화당국에 의해) 본원통화는 팽창하게 됐지만 통화승수는 정체를 이어갔다. 1940년대에 이르러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연방정부의 적자지출과 금융규제에 힘입어 엄청난 규모의 산업생산시설이 건설되었다. 그러자 인플레이션에 의해 기존 부채는 가치가 상각되었다. 대침체기의 특징을 큰 틀에서 요약하자면, 초반의 붕괴와 부분적 경기침체/뒤이은 회복과 다시 찾아오는 경기둔화/마지막으로 전쟁과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2010년대와 2020년대 똑같다고 할수는 없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대공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본원통화를 급격히 늘렸고 대중들은 임박한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늘어난 본원통화는 대부분 은행시스템의 자본을 보강하고 지준율을 3%에서 10% 확충하는데 사용되었을 뿐, 대출을 늘리고 광의통화를 공급하여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2009년 저점을 찍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가격이 올랐을 뿐이었다. GDP는 역사적 수준을 밑돌며 느리게 성장했고 핵심연령대의 노동참여율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COVID-19 쇼크로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이미 부채가 많은 상황이었지만, 2020년의 정책당국은 1940년대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적자재정을 편성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통화정책의 한계 이미 본원통화가 공격적으로 팽창하고 금리가 제로수준이 되면 통화정책은 자신의 수중에 활용가능한 실탄이 없는 상태가 된다. 대출이 늘지 않고 통화승수가 낮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젠 강도높은 광의통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이상의 QE는 자산가격만 부풀려 부의 불평등만을 악화시킬 뿐이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팬데믹이후 6개월동안 여러 연준 위원들은 정부에 더 많은 재정정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요구는 다소 이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도구가 마땅치 않고 의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재정정책이 나서는 시기 위의 통화정책 차트를 보며 재정정책에 대해 논의해보자. 매크로 분석가는 종종 특정 진영(통화주의 또는 케인즈주의)에 가담하게 된다. 어떤 분석가는 QE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믿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또 다른 분석가는 QE가 전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디스인플레이션적이라고까지 한다. 이 또한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QE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그것이 강력한 재정정책을 동반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왜냐하면 QE 그 자체는 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재정적자를 현금화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수준이 높은 상황일지라도 은행이 대출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 할 것은 재정정책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은행시스템을 경유하지 않고 구조적 침체상황을 부양하기 위해 경기를 자극하는지의 여부이다. 소비자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것은 다양한 정책과 심리적 요인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된 재화와 서비스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기술적 진보와 생산성 향상, 과다한 부채로 인한 소비위축, 수요에 비해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화폐에 비해 많은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등이 그 원인이다. 화폐유통속도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들 많이 알고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 화폐유통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았던 1940년대에는 10년동안 몇차례 물가상승률이 높은 적이 있지만 통화의 구매력이 1/3만이 감소했다. 반면 화폐유통속도가 낮았던 1970년대는 지속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았다. 화폐유통속도가 수십년만에 강하게 올라갔던 1990년대에는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낮았다. 만일 대량의 화폐가 발행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에 불이 붙을 때 화폐유통속도는 살짝 올라가는 정도이다. 화폐유통속도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원인이라기 보다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하는 동행지표일 뿐이다. 엄청난 규모의 광의통화 팽창(여기에 일정 수준의 상품의 공급부족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일반적 조건이다. 장기간 구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혹은 물가가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술이 진보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우리가 가진 돈으로 5년전 10년전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수 있다면 모두가 좋아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부채기반의 경제 체제에서 정책 당국은 디플레이션을 적으로 간주한다.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에 의한) 디플레이션 경향을 정책 당국은 부양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대응한다. 단기금리가 제로수준에 근접하고 본원통화가 극적으로 증가하게 되면(아래 차트의 파란색선과 오렌지색선), 통화정책은 더이상 총알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이제 재정정책이 대규모 적자재정이라는 수단(아래 차트의 회색 바)으로 나서야할 차례다. 상당규모의 적자재정이 화폐화된다. 적자재정의 화폐화란, 이미 시중에 있는 화폐 소유자들에게 재무부증권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연준이 신규 본원통화를 발행(일명 "화폐 인쇄")하여 재무부 증권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적자재정의 화폐화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래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해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 필요한 곳,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옮기는 자본 재분배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연준이 본원통화를 발행해 재무부의 적자를 보존해주는 부채의 화폐화 방식은 직접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부채의 실질가치를 파괴하며 모든 명목가치 자체를 자극하게 된다. 이때 물가상승률로 조정된 실질가치도 함께 상승하는지의 여부는 (적자재정으로 배치되는 자본이) 얼마나 생산적인 부분에 투하되는지에 달려있다. 재정 당국은 돈을 쓰기만 하지 회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렇게 지출된 돈은 화폐발행과 같은 같은 의미가 된다. 아래 차트는 좀 복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요점은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뒤를 잇는 다는 것이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아래 그림에서 부채/M2 비율이 1933년과 2008년에 장기 정점에 다다랐었는데 이때의 금리는 제로 수준이었고 중앙은행은 본원통화를 확장한 것을 볼 수 있다. 1933년과 2008년 이후 몇년동안은 (본원통화를 확장하는)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높이지 않으면서 부채/M2를 낮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본원통화만 확장하면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므로) 결국 한동안 침체기를 이어가다 리세션이나 전쟁 등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때부터 재정지출이 가세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가치절하의 국면, 즉 인플레이션이다. Data Sources: U.S. Treasury Department, U.S. Federal Reserve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질 것이라고 정책 당국이 깨닫게 되면 그들은 무엇을 할까? 결국 그들은 돈을 찍는다! 통화정책 당국은 처음에는 본원통화를 확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재정당국과는 달리 돈을 직접 집행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침체를 이어가면 이제 재정당국이 나선다. 경기가 침체상태에 빠졌고 은행이 (지준율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대출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재정당국은 재정지출 법안을 통과시킨다. 재정당국은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가계와 기업에 돈을 지급한다. 일명 "헬리콥터 머니"다. 재정지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며, 두 가지를 동시에 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그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적자재정의 방식을 결정한다. 법정통화의 과다 발행과 과다지출의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으로 나타난다. 부채는 높고 물가는 낮아 경제가 활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정책당국은 공격적으로 통화를 발행하고 지출을 늘린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오버슈팅하게 되지만 그래도 처음엔 기분은 좋다. 인플레이션은 이렇게 전개된다. 돈을 찍는 첫 단계에선 통화유통속도가 낮고 부채수준은 높다. 통화가 공급되면서 부채가치가 점차 낮아지면 유통속도가 살짝 오르게 된다. 그러나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이 늘어난 것이 아니므로 물가가 오르게 된다. 대개는 유통속도가 물가상승에 선행한다고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 반대다. 광의통화 공급이 급중하고 부채가 가치절하되기 전에는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 장기부채 사이클은 통화정책이 지배적인 시기와 재정정책이 지배적인 시기로 구분지어 진다. 시스템 전체의 부채수준이 낮고, 이자율도 적당히 높고, 경제성장율은 괜찮은 편이고, 은행대출도 잘되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치솟을 까봐 걱정인 상황에선 통화정책이 운전대를 잡고 재정정책은 조수석에 앉는다. 이런 상황에선 이자율 조정이 물가와 대출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 당국은 이자율을 만지작거리며 인플레이션적 확장과 디플레이션적 축소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이를 지켜보는 재정정책 당국은 정부지출이 물가를 자극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다. 1950년대와 2020년대는 이렇게 통화정책이 주도하는 시기였다. 반면, 시스템 전체의 부채수준이 높고, 이자율이 제로 수준에 머물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상황에선 통화정책의 수단이 별로 없다. 이럴 땐 통화가치 절하와 공공연한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을 위한 유력한 수단이 된다. (재정지출의 재원은 통화당국이 발행한 본원통화로 마련한다) 이제 재정지출이 통화정책에 우위를 갖게 되고 이끌게 된다. 1940년대와 202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은 재정정책이 주도하는 국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화가치 절하란 무엇인가 채권 보유자들에게 손에 잡히는 사례를 제공하기 위해 앞서 제시했던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차트를 다시 보면서 미국의 통화가치 절하의 역사를 살펴보자. 그림제목 : 통화가치가 5년간 절반이상 평가절하된 국가의 비율 Chart Source: Ark Investment Management 1930년대에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르자 통화공급과 유통속도는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다. 대규모 적자지출을 동반하는 재정정책이 주도하기 전까지는 통화유통속도와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쳐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재정당국이 대량의 통화를 시중에 주입하는 시점부터 통화당국은 아자율이 물가상승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부채 버블의 상당부분의 가치가 절하되었다. 아무리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저력이 있는 국가라지만, 현금 저축자와 국채 보유자들은 1940년대에 구매력의 상당부분을 잃게 되었다. 반면 연방부채는 인플레이션이 만연함에 따라 GDP대비 감소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대략 40년동안 10년만기 미국 국채를 매수후 만기까지 보유했다면 대부분의 시간동안 금(gold)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물가 대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아래 차트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파란색선)과 물가조정 10년만기 국채를 만기보유시의 수익률(오렌지색선)을 비교한 것이다. Data Sources: Robert Shiller, Aswath Damodaran 전시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집행했던 1940년대의 연준은 금리를 물가상승률 이하로 제한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불쑥불쑥 튀어오르는 상황이었지만 어쨋든 금리를 2.5%이하로 제한했다. 그 결과, 아래 차트에서 보여주듯 1940년대 초반부터 10년만기 국채를 만기보유한 경우 통화공급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구매력은 1/3 증발하게 되었다. Data Sources: Robert Shiller, Aswath Damodaran 1930년~1940년대의 장기부채 사이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국채 보유자들은 명목금액을 상환받았지만 구매력에 손실을 입었다. 국가채무는 지급불능 상태에 가지 않았지만 화폐가치가 절하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금 보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금에 대한 달러가치도 수직낙하했다. 경제에 돈줄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재정이 투입되었다. 연준은 적자재정으로 투입될 화폐를 대주느라 바빴다. 또한 연준은 10년동안 물가상승률 이하로 국채수익률을 제한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부채가 인플레이션으로 잘 정리되고 나서야 미국은 제법 안정적이고 덜 팽창적인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전쟁으로 산업기반이 확대되었던 터라 화폐가치는 부분적으로만 절하됐었다) 이런 상황이 채권과 현금보유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놀아줘서 고마웠어. 다음에 또 만났으면 해." 2020년대의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전개될지를 잘 주시해야 한다. 작금의 부채위기의 환경이 만들어낼 "엔드게임"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대규모 적자재정 지출(연준의 화폐인쇄), 물가상승률 이하의 채권수익률, 저물가 환경에서 고물가 환경으로의 이동, 그리고 연속적인 화폐가치 절하. 물론 투자자들에겐 시기가 중요하다. 재정정책의 시기와 강도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될수도 있고 디스인플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을 지출할 수록 인플레이션은 앞당겨질 것이다. 정부가 멈추거나 주춤할 수록 디스인플레이션이 가까울 것이다. 끝.Note For Investing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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